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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한국인 수십명 자원병 지원"…정부 "형사처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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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한 시민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가 각국 대사관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외국인에게 “우리 군에 입대해 러시아 침략에 맞서 함께 싸워달라”며 자원병을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실제 출국해 우크라이나 군에 입대하면 형사처벌될 소지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27일 오후 6시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외국인도 우크라이나 군에 입대할 권리가 있고, 외국인들로 구성된 별도의 부대를 편성 중”이라며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고 침략자를 저지해달라”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입대 절차나 근무 조건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이후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실제로 신청자를 모집 중이다. 우선 대표 전화번호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신청자의 이름과 e메일 주소를 전송하도록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사관 관계자는 3일 “현재까지 한국인 수십 명이 지원했다”라며 “구체적인 입대 절차는 추후 e메일을 통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유관 부처들은 공식 입장은 내진 않으면서도 “현행법에 어긋나 형사처벌될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외교부 “우크라이나 여행금지 상태, 가면 형사처벌 가능성” 

 

주무 부처인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한국시간 2월 13일 0시부터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를 발령한 후, 현지 체류 우리 국민에 대한 대피·철수와 여행금지 준수를 지속 안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무단으로 입국하면 여권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여권법 17조에 따르면 영주(永住), 취재·보도, 긴급한 인도적 사유, 공무 등 목적의 여행으로서 외교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예외적으로 여행금지 국가에 들어가는 게 허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내 교전 상황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부가 예외적 입국을 허용할 가능성은 희박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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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중앙포토

 

만일 극적으로 외교부가 한국 국민의 우크라이나 군 입대를 위한 입국을 허용한다 해도 또 넘어야 할 허들이 있다. 병역법 70조에 따르면 25세 이상의 병역 미필자 등은 해외여행을 할 경우 병무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병무청 관계자는 허가할 수 있는 해외여행 목적 가운데 ‘전쟁 참가’는 없어, 우크라이나 입국을 위한 출국을 허가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여행 목적이 ‘국외취업자’일 경우 병무청장이 허가할 수 있는데, 우크라이나 군 입대를 국외 취업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크라이나 군 입대는 한국 내 병역의 의무와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에 해외 취업으로 볼 여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우호적으로 해석해도 우크라이나 군 입대로 병역 자원이 다치거나 사망할 위험이 예견되기 때문에 결국 병무청장의 허가 가능성이 사실상 0%라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25세 이상의 병역 미필자 등이 병무청장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로 떠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법조계에선 “한국인이 우크라이나 군에 입대해 전투하면 사전죄(私戰罪)에 해당할 수 있다”(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전이란, 국가의 선전포고나 전투 명령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인(私人)이 외국을 상대로 전투하는 걸 의미한다. 사전죄를 범하면 1년 이상의 유기금고,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2015년 1월 당시 17세였던 한국인 청년 김모군이 극단적인 수니파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에 가입하는 사건이 벌어질 당시 정부가 김군에 대해 사전죄 처벌을 검토한 적 있다. 이후 김군은 IS 활동 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자제해달라”…영국·덴마크 “허용한다” 

 

정부는 이 같은 형사 처벌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한국인의 우크라이나 군 입대가 자제되기를 바라는 눈치지만, 전세계적인 우크라이나 지지 여론 등 때문에 적극적으로 금지하고 나서는 것도 아니다. 법무부와 국방부 등 다른 유관 부처는 “특별히 언급할 건 없다”라고 했다.

일본에선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인의 우크라이나 군 입대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목적을 불문하고 우크라이나로 출국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영국과 덴마크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자국민의 우크라이나 군 입대를 허용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