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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탈원전 뒤집기 본격화…임기 중 원전 18기 수명 늘린다

윤석열 차기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본격적으로 되돌린다. 수명 만료를 앞둔 원자력발전소의 계속운전 연장 신청기한을 앞당겨 가동 중인 원전을 끊김없이 계속 살린다는 방침이다. 인수위의 계획대로면 윤석열 정부 임기 이후에 수명이 다하는 원전까지 최대 18기의 수명을 임기 내에 미리 연장할 수 있다.

현행 제도로는 수명이 다한 원전을 계속운전하려면 수명 만료일로부터 2~5년 전 사이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인수위는 이를 만료일로부터 5~10년 전으로 확대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원안위의 심사를 통과한 원전은 10년씩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이는 계속운전 평가 지연에 따른 원전정지 기간을 단축하고, 계속운전 가능성을 미리 평가해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자는 취지다.

 

박성중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는 이날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이 미리 계속운전을 신청해 허가 여부가 결정될 수 있도록 안전성평가보고서 제출 시기를 5~10년 전까지로 변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2034년·2035년 설계수명이 끝나는 한빛 3·4호기는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도 수명 연장을 미리 신청할 수 있다. 원안위의 허가만 받으면 차차기 정부에서 수명을 다하는 원전이라도 일찌감치 수명 연장을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

 

원전의 수명 연장 가능 시기를 확대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완전한 방향전환을 의미한다. 인수위 고위 관계자는 “원전을 새로 건설하는 효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원전 가동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다”이라며 “차기 정부에서 한빛 3·4호기부터 수명 연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인수위에 “원전 10기의 계속운전을 허용한다면 2030년 원전 발전 비중이 33.8%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추산 결과를 전달했다. 산업부는 또 차기 정부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보고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계속운전 허가를 받은 원전은 없다. 설계수명이 올해 11월까지였던 월성 1호기는 지난 2019년 영구정지했고, 고리 2호기는 계속운전 신청이 미뤄져 지난 4일에야 뒤늦게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 미국은 가동 원전 93기 가운데 85기, 일본은 33기 중 4기 프랑스는 56기 중 19기, 캐나다는 19기 중 15기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인수위는 “원안위가 신청서류를 검토해 안전성을 확인하고 허가를 결정하는 심의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고려하면 고리2호기는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2023년 4월 8일 이후 허가 발급 때까지 원전 정지가 불가피하다”며 “2026년 이전에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5기도 법적으로 연장 신청이 가능한데도 아직 서류가 제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리 3호기(2024년)·4호기(2025년), 한빛 1호기(2025년)·2호기(2026년), 월성 2호기(2026년)가 차기 정부 임기 중에 수명을 다한다.

 

원전 계속운전 신청 기한을 확대하면 차기 정부 임기 중 수명 연장을 추진할 수 있는 원전이 당초 10기에서 18기로 증가한다고 인수위는 밝혔다. 최대 18기에는 2034년과 2035년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한빛 3·4호기 외에 1차 계속운전(10년)에 이어  2차 계속운전 신청이 가능한 6기를 포함한 숫자다.

 

인수위는 이번 방안이 원전 수명 연장을 할 수 있는 기간을 확대할 뿐, 안전성 심사 자체를 쉽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성중 간사는 “무턱대고 계속운전을 허가하는 게 아니라 안전이 확보된 원전을 원안위가 허가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영구중지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 쓸 수 있는 원전을 중지하지 않도록, 문재인 정부의 비정상적인 운영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원전 수명을 연장할 때는 통상 3년간 전력 공급을 하지 못하고 시설 보강 공사를 하는데, 수명 연장을 미리 신청하고 허가를 얻는다면 보강 공사를 위한 기기 발주·제작도 미리 해둘 수 있어 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어 “안정적으로 원전의 수명 연장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기대할 만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 연장을 허가하더라도 월성 원전 사례처럼 차차기 정부에서 이를 뒤집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고 짚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