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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 자녀학원비 월 114만원, 식비·주거비 합친 수준



중·고교생 자녀를 둔 고소득층 가정은 학원비로만 한 달에 100만원 이상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식비와 주거비를 모두 합친 액수와 비슷했다. 고소득층에서만 학원비 지출이 많은 것도 아니다. 소득분위와 무관하게 평균적으로 식비나 주거비보다 학원비로 더 많은 돈이 나가고 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25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중 만 13~18세 자녀가 있는 가구는 학원·보습교육으로 월평균 100만2000원을 지출했다. 자녀가 사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일부 가구를 제외하면 월평균 학원비는 114만3000원이다. 기타 도서구매비나 독서실비 등 부수적인 비용은 모두 제외하고 학원비만 따졌는데도 월평균 100만원이 넘었다.

중·고교생 자녀가 있는 5분위 가구는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액이 월평균 63만6000원이었다. 이른바 밥값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주거·수도·광열비로, 주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53만9000원이었다. 고소득층은 밥값과 주거비를 다 더한 액수(117만5000원)와 비슷한 돈을 자녀 학원비로 지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학원비 ‘과소비’는 고소득층만의 일이 아니었다. 중산층에 해당하는 소득 4분위 가구는 학원·보습 교육비로 월평균 84만9000원, 3분위 가구는 63만6000원을 썼다. 자녀가 사교육에 참여한 가구를 기준으로 집계한 값이다. 4분위 가구의 식비는 56만7000원, 3분위 가구는 51만8000원이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학원비가 식비보다 많다. 주거·수도·광열에 해당하는 주거 비용 역시 학원비보다 적었다. 저소득층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를 보면 사교육 참여 중·고교생 자녀가 있는 경우 학원비 지출이 월평균 48만2000원이다. 2분위(51만5000원)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다. 1분위는 식비로 월평균 48만1000원, 주거비로 35만6000원을 썼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 하위계층은 의·식·주 지출 비중이 높은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저소득층까지 생존을 위한 지출보다도 자녀 학원비로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소득이 높든 낮든 학원비가 식비나 주거 비용만큼이나 줄일 수 없는 지출로 자리 잡았다는 풀이가 나온다. 10년째 학원을 운영하는 사교육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학원은 사치재라기보단 필수재에 가까워진 분위기”라며 “소득 수준에 따라 더 비싼 강의를 듣는 등의 차이는 있겠지만, 학원을 안 다니는 학생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 소득과 무관하게 사교육 참여율이 증가했다. 지난해 월평균 소득 300만원 미만인 가구는 57.2%로, 전년(53.8%)보다 3.5%포인트 증가했다.

한편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전년(23조4000억원)보다 10.8%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학생 수는 줄다 보니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6만7000원에서 41만원으로 11.8% 상승했다. 전체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전년(75.5%)보다 높은 78.3%로 초·중·고생 10명 중 8명이 학원에 다닌다.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율 모두 역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