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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의 ‘워라밸’ 실험 … 임금 안 깎고 주 35시간제

8일 오전 신세계그룹 각 계열사는 전날 오후 늦게 공지된 ‘2018년 제도 개선 교육 필참’ 공지에 술렁였다. 어떤 분야에 대한 교육인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오전 9시 강당에서 공개된 8분짜리 교육 영상은 선진국 노동 생산성 설명으로 시작해 신세계가 주당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급여가 줄어드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무렵 “급여 변동은 없다”는 안내가 나왔다. 환호가 터졌다. 
  
신세계그룹이 내년 1월부터 근로시간을 5시간 단축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8일 발표했다. 그동안 일부 벤처기업에서는 도입했지만 대기업에선 처음이다. 파격적인 첫 시도인 만큼 유통업계는 물론 국내 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발표는 신세계그룹 내부에서도 짐작하지 못했을 정도로 갑작스러웠다.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연간 1706시간)으로 근로시간 줄이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그동안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2113시간)이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다며 1800시간으로 줄이자는 목표를 제시해 왔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신세계는 우선 유통 채널의 영업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마트 영업 시간을 1시간 줄이고 백화점 등 다른 채널의 영업시간도 점진적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연근무제도 도입한다. 기본 근무 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이지만 업무 특성에 따라 출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임금 하락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시도하지 못했다. 신세계 방식은 영업시간을 줄이고 임금은 보전해 당장 수익구조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줄어드는 영업시간만큼 효율성을 높이면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일하는 대한민국 근로 문화를 혁신해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일명 ‘워라밸’)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신세계식 근로시간 단축을 다른 산업 전체로 확산하기에는 무리라는 시각이 많다. 유통이 주력인 신세계그룹은 생산직 비중이 작다. 유동적인 물량을 수주해 납기일을 맞추거나 정해진 시간 내에 할당된 생산량을 처리해야 하는 제조업과는 인력 운용 방식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실제 신세계그룹 내에서도 생산라인을 보유한 신세계푸드 등은 이번 단축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세계 관계자도 “끝까지 근무 단축을 하지 못하는 부문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경쟁 유통사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세계는 하는데 너희는 왜 못하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서다. 경쟁 유통 업체 관계자는 “이마트는 점포를 줄이는 추세였고 인터넷몰 중심으로 재편하는 상황이라 무리가 없겠지만 백화점 등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정부 시책에 동참하면서 골목 상권 침해 이슈를 해결하는 효과를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근로시간 단축은 정치권과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생산직 연장 근로 제한’ ‘휴일 근로수당 중복 할증’ 등과는 맥락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핵심은 일주일 ‘최장 근로 가능 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다. 
  
법이 통과되면 중소기업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 부족은 총 54만7000명이며 이 중 300인 이하 사업장의 부족 인원이 약 44만 명이다. 12조원이 넘는 추가 비용 중 300명 미만 사업장이 약 8조6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신세계의 방침은 근무시간 조정이 핵심”이라며 “근로자의 여가 보장이라는 사회적 흐름에 동참하는 의미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