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대란’ 입원 대기환자 보름새 0명→423명
时间: 2021-11-19 12:29:00 来源:중앙일보作者:신성식 기자, 이에스더 기자, 이우림 기자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현대병원(경기도 남양주시)은 25개 중환자실을 포함해 81개 코로나19 병상을 운영한다. 이달 7일부터 81개 병상이 거의 꽉 찼다. 응급실로 오는 확진자를 위해 병실 한두 개를 비워뒀다.
이 병원 장미경 부장은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이 빈방을 보고 환자를 받아달라고 열흘째 연락이 오는데 받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김부섭 원장은 “의사 6~7명이 사생활을 포기하고 코로나에 매달려 있는데, 힘들어서 그만두는 사람이 나온다. 상급병원 의사가 지원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확진자 증가로 인한 병상 부족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집에서 병원 입원과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하루 넘게 기다리는 확진자가 423명에 달한다. 입원 대기자가 367명, 생활치료센터 대기자가 56명이다. 이달 1~3일 한 명도 없었는데 보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은 중증환자 병상의 78.2%(서울은 80.9%)가 찼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부는 방역과 의료대응 체계를 빈틈없이 가동해 상황을 안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라”고 주문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수도권 환자 충청권 이송도 대안, 모듈병상 설립 서둘러야”
18일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 주차장에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급증에 대비한 ‘이동형 음압 병실’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병상 확보가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병상 부족 현상은 이달 들어 60대 이상 돌파감염자가 급증하면서 단기간에 나타나고 있다. 17일 하루 신규 입원환자는 566명으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가장 많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한몫했다. 지난겨울 3차 대유행 때 서울 서초구 원지동에 모듈병상(중환자용 야외병상) 48개를 지어 서울대병원이 운영하기로 했다가 없던 일이 됐다. 서울시와 서초구청의 갈등 때문이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고속도로 접근성, 다수 대형병원이 인접한 점 등을 고려해 최적지였는데 아쉽다. 그걸 만들었으면 추가로 더 늘릴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에 다음 달 3일까지 준중증환자 병상 1.5%(전체 병상 대비)를 확보하라고 명령했지만, 병원들은 애를 먹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병상을 늘리려면 호흡기내과·감염내과 의사와 중환자 담당 간호사가 있어야 하고, 비(非)코로나 환자를 내보내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의료진이 이미 번아웃(소진)된 점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중증환자 전담병상 가동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신병원·요양병원 상황은 더 심각하다. 경기도 구리시의 한 정신병원은 이달 초 환자 1명이 확진된 이후 코호트 격리됐다. 그 이후 원내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환자 37명이 확진됐다. 지난해 초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이 병원 원장은 “미감염 환자를 빼내 달라고 통사정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보호자가 없거나 있어도 데려가려 하지 않는 환자가 원내에서 감염됐다. 여기서 다 죽으라고 방치하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지난겨울 3차 대유행에서 정신병원·요양병원 코호트 격리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이번에 반복됐다. 코호트 격리하려면 보건소나 복지부 직원이 초기부터 병원에 상주하며 상호감염이 발생하지 않게 정리해야 하는데 이번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중환자 병상을 어떻게 확보할까. 충청권 이송이 대안이다. 이 지역 병원 코로나 입원환자의 10% 안팎이 수도권 확진자다. 충청 지역 보건당국 관계자는 “우리 지역의 코로나 위험이 낮아서 병상에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송이 쉽지 않다. 김부섭 현대병원장은 “다량의 산소를 주입하고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환자를 이송하려면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운송수단 확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18일 성명서에서 “타 지역으로 중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할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하고, 정부가 비코로나 환자 진료 공백을 국민에게 알리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며 “중환자실 입원 우선순위를 정하고, 입원·퇴원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서울 수도권의 역량을 갖춘 500병상 내외의 종합병원 중환자실을 활용해야 한다. 상급 종합병원별로 2~3개 종합병원과 협력해 환자를 분산하되 이 병원에 대해 정부가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은 “지금이라도 원지동 같은 데에 중환자 독립 병동을 만들고 상급종합병원에서 인력을 파견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병율(예방의학) 차의과대 교수는 “민간병원을 통째로 비워서 전담병원으로 활용하되 군의관·공중보건의사 등을 훈련해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19일 오전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수도권 22개 상급종합병원장과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