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부터 대부분의 실외 생활에서 마스크를 벗게 될 전망이다. 다만 일정 규모의 행사나 집회 등에서는 의무적으로 착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29일 오전 김부겸 총리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회의를 열어 이런 방안을 논의한다. 정부는 이에 앞서 28일 오후 관련부처 회의를 열어 '원칙적 해제, 일부 유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지난 2020년 10월 실외 마스크 의무화 조치 이후 566일만에 벗게 된다.

이에 따라 실외 마스크를 두고 신구 정부 간에 마찰 심화가 불가피해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코로나19 특위 안철수 위원장은 27일 "취임 후 30일 이내, 즉 5월 하순까지 실외 마스크를 유지하고 그 때 가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이 "(현) 정부가 어떻게 판단하고 발표할지 지켜보겠다"고 경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28일 "실외 마스크를 해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출근길·공원·산·산책로, 가족 나들이에서 마스크를 안 써도 문제가 될 게 없어 원칙적으로 해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상적인 실외생활에서는 마스크를 벗는다는 것이다.

다만 당국은 50명 이상의 실외 집회·행사·공연 등에는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쓰도록 계속 규제한다. 특정 공간에서 함께 오랫동안 모여있는 경우이다. 어길 경우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또 실외에서 2m 거리를 유지하기 힘든 경우거나 코로나19 의심 증세가 있는 경우에는 마스크를 쓰게 권고한다. 이 관계자는 "마스크 해제에 대한 우려가 있어 일부 의무 조항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완전 해제와 우려 사이의 절충안을 만든 것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인수위가) 실외 마스크를 풀면 (사람들이) 실내에서도 벗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면서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실외 마스크를 강제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중증질환자나 면역저하자에게만 본인 건강을 위해 실외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 한국의 방역 지침에도 실외에서 2m 거리를 유지할 수 없거나 집회·공연·행사 등에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 그 외는 안 써도 되지만 실제로는 착용을 강제해왔다.

서울대 의대 김윤(의료관리학) 교수는 "오미크론 정점을 지날 때 실외 마스크를 해제했어야 하는데 이미 늦었다. 실외에서 감염되지도 않는데, 강제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김우주(감염내과) 교수는 "실외 마스크보다 더 중요한 학교 등교, 동거가족 격리해제 등의 역주행 조치를 수없이 했다. 오히려 실외 마스크 의무화는 과학적 근거도 없다"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인수위가 근거 없는 실외 마스크 해제를 막으려는 것도 비과학적인데, 그게 바로 정치방역"이라고 지적했다.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오미크론 초기 정도로 확진자가 발생한다. 그때는 마스크를 쓰게 해놓고 지금은 벗기려고 하니 뭔가 앞뒤가 안맞는다"며 "벗어도 된다는 객관적 근거가 뭐냐. 5월 하순 결정하자는 안철수 위원장의 입장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이우림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