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사드’ 우려에…윤 정부 “미-중과 교차 논의”
时间: 2022-05-20 12:03:00 来源:한겨레作者:정인환 기자 서영지 기자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정부, IPEF 참여 확정…외교 시험대
정부가 대중국 견제 성격이 짙은 미국 주도의 역내 경제협력 구상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아이피이에프·IPEF)에 창설국으로 참여하기로 확정했다. 중국 쪽 반발 우려 속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외교적 난제를 떠안게 됐다.
18일 대통령실 설명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오는 21일 용산에서 열리는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아이피이에프 구상에 대한 지지와 참여 의사를 밝힐 방침이다. 또 23일 일본에서 열릴 전망인 아이피이에프 출범 선언 정상회의에도 화상으로 참석한다.
앞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17일(현지시각) 화상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4자 안보대화) 정상회의 때 아이피이에프 출범을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쿼드 또한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호주)와 함께 하는 비공식 전략포럼이다. 러몬도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방일 일정을 수행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처음 구상을 밝힌 아이피이에프는 △공정하고 탄력성 있는 무역 △공급망 탄력성 △사회기반시설·클린 에너지·탈탄소 △조세·반부패 등 4가지 분야의 협력을 추구한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전기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핵심산업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미국이 아이피이에프를 추진하는 배경은 두가지다. 첫째, 중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주도한 초대형 자유무역협정(에프티에이·FTA)인 역내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한 견제다. 둘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7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의 전신인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에서 탈퇴한 것을 만회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 과정에서 참여국들이 무역 관행과 미래 핵심산업에 대한 공통 기준을 만들면, 자연스레 중국을 배제하고 고립시킬 수 있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한 외교·안보적 다자 협의체가 쿼드라면, 아이피이에프는 ‘통상 분야의 쿼드’란 뜻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6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한 화상회담에서 “역내 개방과 포용을 유지하며, 진영 간 대결에 반대하는 것인 중-한 양국의 근본이익에 부합한다. ‘탈공급망’ ‘공급망 단절’ 등의 부정적 경향에 맞서 글로벌 산업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아이피이에프 가입을 희망한다고 알려진 대만까지 합류하면 중국의 반발이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새 정부 출범 열흘 만에 더욱 고조되는 미-중 전략경쟁의 격랑 속으로 뛰어드는 셈이다. 중국이 한국 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배치 때 가했던 것 이상의 보복을 한국에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아이피이에프가 중국을 배척하는 게 아니라며 이같은 시각에 선을 그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아이피이에프를 단순히 강대국끼리 적대적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볼 필요가 없다”며 “중국과는 한-중 에프티에이 후속 협정을 논의 중인데 거기엔 서비스 시장뿐 아니라 원활한 시장개방을 중국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한-중 에프티에이(FTA) 협상을 하고 있는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에 한-중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기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김태효 차장은 중국이 ‘제2의 사드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사드배치 조처는 8개국 이상이 논의하는 아이피이에프와 본질적으로 환경이 다르고, 과거의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미국, 중국과 무슨 어젠다이든지 교차 논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우리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국익을 지키기 위해 다자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이란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며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게 목적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출범 선언에서도 용어나 단어 선택에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취임 전 중국에 ‘정책협의대표단(특사단)’ 파견을 준비했지만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중국에도 정책협의단 파견을 적극 검토했지만 북경에 가려면 다롄이나 칭타오에서 3주 격리 뒤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특사단이 가지 못하는 것을) 중국도 이해했다”고 전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워싱턴/이본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