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독과점 대수술
时间: 2022-10-21 12:00:00 来源:중앙일보作者:정진호 기자, 박태인·권유진 기자
17일 공개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의 발화 지점인 지하 3층 전기실 내 배터리가 불에 탄 모습. [사진 윤영찬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정책 방향키가 선회할 예정이다. 지난 주말 중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로 플랫폼 독과점으로 인한 문제와 데이터센터 규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대대적 수술이 예고됐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힘을 싣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17일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과 국가 안보 문제로 규정하며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도어스테핑(약식문답) 모두발언에서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 기반 통신망과 다름이 없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카카오톡 독점 얘기도 나온다’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며 “그런 문제는 공정위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특정 기업의 ‘독과점’ 문제를 언급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평소 ‘기업의 자유’를 강조해 왔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자율과 창의의 힘을 존중한다. 그러나 시장 질서가 왜곡되고 폐해가 발생한다면 국가가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며 추가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기업의 책임 방기에는 선을 긋는다”며 이번 사태를 사실상 카카오의 책임 방기로 규정했다. 대통령실은 카카오톡 장애 사태 대응을 위한 사이버안보 태스크포스(TF) 구성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독과점 대응을 주문한 만큼 공정위는 이 문제에 대해 집중 검토에 나섰다. 공정위는 우선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 제정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플랫폼 형태가 나타난 지 오래되지 않은 데다 기존 시장과 다른 특수성이 있는 만큼 맞춤형 지침 성격을 띤다. 늦어도 연말까지는 심사지침을 만들어 공개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이나 불공정거래행위 등 공정거래법 위반을 판단하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는 의미가 있다. 심사지침엔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자사 상품·서비스를 간접적으로 우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과 경쟁 온라인 플랫폼 이용을 직간접적으로 방해하는 행위 제한이 포함될 전망이다.
대통령 “카카오, 사실상 국가기반 통신망…공정위가 살필 것”
모두 독과점 지위에 있는 플랫폼을 견제하는 내용이지만 업계에선 반대해 왔던 부분이다.
당초 공정위는 2020년부터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 제정을 추진해 왔지만, 이해관계자 조정 등을 마치지 못하면서 지금까지 표류해 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 플랫폼 자율규제를 국정과제로 넣은 심사지침 제정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카오 먹통 사태로 명분이 생겼다는 게 공정위 내부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결국 여론이 호응해야 정책에 속도가 붙는다”며 “행정예고를 마치고 이해관계자 의견까진 수렴한 상황인데 반영할 부분이 있는지 조속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부가통신사업자인 카카오는 그동안 기간통신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 수준이 약했다. 전국적으로 통신망을 깔고 서비스하는 기간통신사업자에 비해 그 망을 토대로 사업을 하는 인터넷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간통신사업자는 이중화 설비 등을 점검받고 외국인 주주 비율도 제한되지만, 부가통신사업자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 현재 기간통신사업자는 통신3사 등 77곳, 부가통신사업자는 1만5000곳이다. 웬만한 인터넷 서비스 기업은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한다. 문제는 정부가 민간 기업의 시설물과 사업에 대해 어디까지 규제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에 있다.
2020년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일명 넷플릭스법)은 넷플릭스·구글·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 안정성을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관련 법 위반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카카오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법령이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엔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리적 재해가 아닌 트래픽 안정성 확보에 방점이 찍힌 데다, 업체가 자체적으로 지침을 수립하고 지키면 되는 자율규제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은 데이터센터로 모이고 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카카오의 시스템 구축 소홀을 질타하며 관련 법 개정에 나설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네이버·카카오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방송법) 개정을 추진한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사고 발생 시에 대한 보안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했다는 점에 대해 국민 모두가 놀라고 혼란스러움을 느끼셨을 것”이라며 이런 계획을 밝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업이 비용을 줄이느라 백업 시스템을 구축 안 한 게 원인”이라며 “카카오가 독점 지위를 유지하면서 공적 책임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변재일(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데이터센터 규제를 담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국가 재난 관리 대상에 포함할 경우 정부는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 보호 조치와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사업자는 재난 발생 시 정부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정진호 기자, 박태인·권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