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남은 잔 채우기’ 본격화…관건은 징용배상·오염수
时间: 2023-05-10 12:00:00 来源:중앙일보作者:강태화·정영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2년 만에 한·일 셔틀외교를 복원하며 관계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을 마련했다. 기시다 총리의 1박2일 답방은 한국 정부가 먼저 물잔의 반을 채운 데 이은 일본 측 몫인 남은 반 잔 채우기의 시작이다.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진전된 발언을 내놓았다. 관계 정상화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선 다음 단계로 작더라도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해졌다.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다음 단계 조치로 실효적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활동과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측 피고 기업의 참여 등을 제시했다.
일본의 성의 있는 추가 조치 뒤따라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한·일 양국이 셔틀외교 복원을 통해 길고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 관계 회복의 기조를 다졌다는 데 우선적 의미가 있다”며 “특히 기시다 총리가 회견에서 개인적 심경을 언급한 것은 한·일 양국 강경파들의 입장을 절충해 경색된 상황을 돌파해 보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3월 도쿄 회담은 양국 관계 복원을 위한 개문발차(開門發車) 성격이 강했다”며 “곧장 이어진 이번 서울 회담은 양국 관계가 안정적 궤도에 올라 본격적인 협력 프로세스가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시다 총리의) 개인적 발언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진정성을 표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라며 “‘물잔의 절반을 채웠다’는 한국의 입장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하나씩 하나씩’이라는 표현을 반복하고 있는데 최소한 한 방울씩이라도 일본 역시 ‘남은 빈 잔’을 채워 나가겠다는 의미의 첫 단추를 끼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자민당 내 강경 ‘아베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기시다 총리 입장에서 스스로 당내 반대를 피해 제안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범위에서 한국을 배려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으로 마련된 관계 개선 계기를 살리려면 일본 측의 성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전 대사는 “기시다 총리의 ‘퍼스널 터치’에도 불구하고 강제징용 문제 해결 과정에 일본 측 피고 기업의 참여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며 “향후 해당 기업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양국 관계 복원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일본이 한국 시찰단을 수용하기로 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근거로 7월 이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원칙과 계획이 달라진 건 없다”며 “만약 일본이 한국 시찰단을 정해진 절차를 강행하기 위한 면피용으로 활용하려고 할 경우 어렵게 접점을 찾고 있는 양국 관계가 오히려 더 크게 역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오염수 시찰 ‘면피용’ 활용은 안돼
최 위원은 “한·일 양국 정부의 관계 개선 의지가 대단히 크다는 점은 충분히 확인됐다”며 “다만 이를 지속적으로 이끌 원동력은 결국 양국 국민의 공감대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현실화하느냐가 중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비유적으로 말하면 한국은 한 번에 물잔의 절반을 채웠지만, 일본은 한국이 채우고 남은 물잔 절반 가운데 아직 절반도 채우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 앞에서 과거사에 대한 자신의 원칙을 언급한 것 역시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다”며 “본인이 먼저 관계 개선을 위한 정치적 부담을 진 만큼 이번엔 기시다 총리가 정치적 결단을 해야 한다는 점을 직접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전 대사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보다 진전된 사과를 하느냐는 어쩌면 한국이 하기에 달려 있을 수 있다”며 “일본 정부를 향해 협조를 구하는 방식의 접근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태화·정영교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