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교권 보호 4법’으로 알려진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을 비롯한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전국 교사들이 교육활동 보호 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지 두 달여만이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으로 지난 8월 수립한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의 후속 조치를 제도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교원지위법 개정에 따라 교원이 아동 학대로 신고됐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직위 해제 처분을 금지하며, 교장은 교육 활동 침해 행위를 축소·은폐할 수 없다. 또 교사에게 목적이 정당하지 않은 민원을 반복한 학부모에겐 ‘서면 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 ‘특별교육·심리치료’를 조치하고, 미이수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도 강화된다. 특별교육과 심리치료 의무화 대상이 출석 정치, 학급 교체, 전학 조치를 받은 학생으로 확대되고, 가해 학생과 피해 교원을 즉시 분리하도록 했다.

또한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폐지하는 대신 교육지원청에 ‘지역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한다.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발생하면 피해 교원의 요청이 없더라도 관할청이 형사고발 할 수 있다.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교원의 정당한 학생 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에 따른 금지행위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 포함됐다. 또 학교의 민원처리 책임이 학교장 및 원장에게 있다고 명시했다. 다만 학생의 교육활동 침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조항은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제외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의 교육활동, 생활지도를 보호하고 나아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날 교육부는 교사의 생활지도를 상대로 제기된 아동 학대 신고를 조사·수사할 때는 반드시 시·도교육감의 의견을 받아야 하는 제도를 오는 2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국회를 통과한 교원지위법 개정안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그동안 교사들은 교육활동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아동 학대 신고를 꼽았다. 교육부가 지난 7월 교원 2만208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7.7%가 무분별한 아동 학대 신고로 어려움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앞으로 경찰에 아동 학대 사안이 신고되면 ‘아동 학대 예방경찰관’이 교육지원청 및 학교로 발생 사실을 유선과 공문으로 안내한다. 교육지원청 담당자는 경찰 조사·수사와 별개로 학교를 방문해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 여부에 대한 사실을 확인한다. 이후 교육지원청은 사실 확인서를 교육청에 보내고, 교육청은 사안 접수 후 7일 이내에 이에 대한 교육감 의견서를 관할 지자체 및 경찰서에 통보해야 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무분별한 아동 학대 신고로 이어지는 현장의 어려움을 크게 해소해 줄 것”이라며 “현장 교원이 교권 회복을 즉시 체감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