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비 치솟자 복지관 무료식사 찾는 청년들… “월 15만원 절약”
时间: 2023-11-17 12:00:00 来源:동아일보作者:최원영 기자
“지난해보다 식비가 50% 늘어서 한 달에 100만 원까지 나와 살림이 빠듯해요. 이젠 여기서 저녁 먹는 날만 기다려요.”
7일 오후 7시경 서울 관악구 청룡동의 한 교회. 관악구 중앙사회복지관이 ‘1인 가구 청년’을 대상으로 무료로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곳을 찾은 직장인 한모 씨(31)는 볶음밥과 미역국 등을 배식받아 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한입만 먹고 가’ 사업은 매주 화요일 저녁시간대 2시간 동안 샌드위치나 커피, 과일도시락 등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메뉴도 제공하면서 청년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한 씨는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자취생활을 홀로 감당하는 게 쉽지 않은데 힘이 된다”며 웃었다. 이날 교회를 찾은 17명은 2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부터 30대 중반 직장인까지 다양했다.
● “오랜만에 대화 나눌 기회 생겨 좋아” 은둔 청년도 참여
이처럼 자치구 복지관 등이 운영하는 음식 지원 사업 현장을 찾는 2030 청년들은 무료 식사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 지금껏 기초생활수급자나 홀몸노인 등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식사를 제공해 왔지만 고물가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도 반기고 있는 것이다.
한동한 은둔생활을 해왔다는 청년도 무료 식사 사업을 계기로 외출했다고 했다. 이날 처음 찾아왔다는 한모 씨(28)는 “집에만 있다가 식비라도 아끼려고 용기 내서 왔다”며 “오랜만에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니 좋다. 따뜻한 분위기가 좋아 자주 올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메뉴에 나온 귤을 반가워하는 직장인도 있었다. ‘칼퇴’하고 이곳으로 왔다는 공무원 전모 씨(28)는 “요즘 식비가 올라 과일 사먹기가 무서울 지경”이라며 “또래 이웃들과 안부를 나눌 수 있어서 에너지도 얻고 간다”고 말했다.
자취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냉동식품을 지원하는 사업도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은평구 서울청년센터 ‘나눔 냉장고’는 매달 둘째, 넷째 주 목요일에 즉석밥 빈 용기 하나를 가져오면 냉동식품을 1개씩 준다. 인근에 사는 대학생 김모 씨(26)는 “한 번에 5만 원어치도 받아갔다”며 “재활용품으로 한 달에 10만 원은 아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조리 공간 제공 등 청년공동체
단순히 식사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직접 조리할 식재료와 공간을 제공해주는 곳도 있다. 청년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교류할 기회까지 만들어주는 셈이다. 관악구 낙성대동에 있는 한 비영리단체가 운영 중인 ‘밥상 동아리’는 공유주방에 모여 함께 요리한 음식을 먹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곳을 찾은 안승균 씨(37)는 “한 달에 10끼는 여기에서 해결해 15만 원은 절약한 것 같다”며 “매번 ‘혼밥’하는 게 아니라 다같이 식사할 수 있어 든든한 보호막이 생긴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밥상 동아리가 열리지 않는 시간대에는 청년들이 간단한 간식을 해 먹거나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사용된다. 8일 오후 이곳에서 라면을 끓여 먹던 대학생 정모 씨(22)는 “서초구 방배동에서 자취하고 있는데 식비를 아끼려고 매주 3, 4차례 지하철을 타고 찾아온다”며 “원래 우울증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자연스레 사람들을 만나면서 성격이 많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식사 지원 사업이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청년 고립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출 부담이 커질수록 외부 활동을 어렵게 해 고립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식사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이 커뮤니티를 지속해나갈 수 있도록 후속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에서 인기 있는 식당과 협업하거나 유행하는 메뉴를 선보여 청년들이 사업에 더 쉽게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비슷한 연령, 환경에 놓인 청년들이 많은 대학가로 사업을 확장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