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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1.5조 공세’에 쿠팡 ‘3조 맞불’… 한반도는 韓中 유통공룡 전쟁터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1위인 쿠팡 고위 관계자가 27일 앞으로 3년간 한국 시장에 3조원 넘게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들려준 말이다. 중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가 한국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조 단위 투자 계획을 내놓은 지 2주 만이다. 그동안 쿠팡이 적자에도 막대한 투자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여온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중국 기업 알리의 공세가 거세지자 2배 규모 투자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쿠팡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3조원 이상을 들여 ‘로켓배송(주문 다음 날 배송 도착)’을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80%인 4000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로켓배송을 2027년엔 100%에 가까운 5000만명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27일 쿠팡이 발표한 투자 금액은 최근 알리를 운영하는 알리바바 그룹이 한국 시장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1조450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쿠팡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 시장에 6조2000억원을 투자해 왔다. 그동안 쏟아부은 돈보다 연간 금액으로 치면 앞으로 더 많은 돈을 투자하겠다는 얘기다.
    쿠팡은 투자금 3조원의 대부분을 국내 물류망 확대에 쓰겠다고 밝히고 있다. 2027년까지 도서·산간 지역을 포함한 전국을 이른바 ‘쿠세권’(쿠팡 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으로 만들어 시장 주도권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최소 8곳이 넘는 물류 센터를 더 지을 계획이다. 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을 현재 전국 시군구 182곳(70%)에서 230여 곳으로 늘려 2027년엔 배송망을 전국 100%에 도달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쿠팡 물류 센터는 현재 전국 30여 지역에 100여 개 정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쿠팡의 대규모 투자를 단순히 한국 시장 1위를 굳히려는 의도를 넘어, 동북·동남아시아로 나아가기 위한 교두보를 뺏기지 않으려는 뜻으로 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 입장에선 한국 시장이 대만 등으로 뻗어나가는 발판이 되어주는 만큼, ‘안방만큼은 절대 내줄 수 없다’는 결기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알리도 이날 쿠팡의 투자 발표에 맞서 국내 몰 ‘케이 베뉴(K-Venue)’ 입점사에 대한 수수료 면제 정책을 6월까지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본래 이달쯤 종료될 것으로 알려졌던 수수료 면제 정책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알리의 케이 베뉴에는 CJ제일제당과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농심 같은 국내 유통 대기업뿐 아니라 삼성전자까지 브랜드 페이지를 개설한 상태다.
    쿠팡과 알리가 양쪽에서 대규모 투자금을 쏟아부으며 전쟁을 치르는 동안 우리나라 유통 기업들은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두 공룡 이커머스 업체 간 싸움 사이에서 과연 기존 유통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유통업계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가 쿠팡이었다면, 이젠 알리라는 또 다른 공룡이 등장했다”면서 “이들의 ‘쩐(돈)해전술’과 물량 공세 사이에서 과연 버텨낼 수 있는 한국 업체가 있긴 할까 싶다”고 했다.
   또 국내 유통업체들은 최근 알리가 도매업자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B2B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절박한 위기감을 보이고 있다. 알리가 판매자들을 수수료 무료 정책 등으로 계속해서 붙잡아 두는 상황에서 도매 사업까지 가져가면 국내 유통업체들은 이커머스 산업에 아예 발을 들이밀 수 없게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알리는 최근 사업자 전용 몰 ‘알리익스프레스 비즈니스(알리 비즈니스)’ 한국어 페이지를 개설하고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상태다. 이곳에선 판매자들이 알리가 공식 인증한 상품 200만개를 둘러보고 구매한 뒤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도매 사업자 전용 VIP 멤버십도 준비돼 있다.
    국내 대기업 이커머스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붙었다. 롯데온은 디지털 가전 일부 카테고리의 판매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우수 판매자 확보에 나섰고, G마켓도 오는 5월부터 신규 입점하는 판매자의 광고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판매 통계 서비스를 개편해 상품평과 키워드 중심의 데이터도 판매자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오픈마켓 판매 수수료도 당분간 올리지 않을 계획이다. 11번가는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판매자에게 상품 주문 금액이 1000만원에 도달할 때까지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