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K에세이 열풍… 억대 선인세 받고 세계 독자 속으로
时间: 2025-02-28 02:31:00 来源:동아일보作者:김소민
‘K팝과 K무비, K소설에 이어 K에세이까지.’
2023년 국내 출간된 김금희 소설가의 에세이 ‘식물적 낙관’(문학동네)이 미국 주요 출판사와 억대 판권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김하나, 황선우 작가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이야기장수)가 한국 에세이로는 이례적인 액수의 선인세 계약을 영미권 대형 출판사와 체결한 데 이어 ‘K에세이’의 해외 진출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
23일 출판계 관계자는 “미 3대 출판사로 꼽히는 사이먼앤드슈스터 산하 서밋북스가 조만간 ‘식물적 낙관’을 출간할 예정”이라며 “선인세는 1억 원 이상”이라고 동아일보에 밝혔다.
‘식물적 낙관’은 김 작가가 정원을 돌보며 사색한 내용을 담은 수필집이다. 영문판 제목은 ‘The Diary of a Korean Plant Parent(한국인 식물 집사의 일기)’로 정해졌다. 해당 에세이집은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과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폴란드 출판사와도 각각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김 작가는 “자연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마음이 (해외에도) 전달될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단에서는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등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 문학의 기세가 에세이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해외에서 인기를 모은 한국 에세이는 K팝 스타의 추천 덕이 컸다. 방탄소년단(BTS)의 RM이 읽었다고 소셜미디어에 밝힌 뒤 영국 출간 반 년 만에 10만 부가 팔렸던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흔)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최근엔 해외에서 관심을 갖는 K에세이의 소재가 음식부터 사회문제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영국 펭귄랜덤하우스 산하 트랜스월드와 억대 선인세 계약을 맺고 올해 현지 출간 예정인 윤이나 작가의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세미콜론)는 라면을, 러시아 최대 규모 출판그룹과의 수출 계약을 앞둔 성석제 소설가의 에세이 ‘소풍’(창비)은 한국 음식을 소재로 했다. 미혼 여성 두 명이 공동체를 이뤄 사는 내용을 담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지난해 미 뉴욕타임스(NYT)가 1개 면을 할애해 조명했다.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편집주간은 “최근 만난 한 영국 출판 에이전트는 ‘동아시아 역사와 젠더, 또는 응원봉처럼 사회문제에 대해 한국 2030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낸 에세이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K에세이에 대한 관심은 한류 유행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계약한 영국 펭귄랜덤하우스 산하 더블데이의 수재나 웨이드슨 대표는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미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물론이고 K푸드나 K뷰티 등을 통해 한국의 삶과 문화 전반에 관심을 키워 왔다”며 “한국 콘텐츠에서 접하는 이야기들은 매우 다양하며, 모두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들이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는 또 “한국 콘텐츠는 무엇보다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고도 덧붙였다.
미국 하퍼콜린스의 데버라 김 편집자 역시 “한국의 오랜 역사, 특히 식민 지배와 억압을 딛고 문화를 보존하고 재건한 과정을 보면 매우 아름답고도 고통스러운 시간임을 잘 알고 있다”며 “이러한 역사를 통해 형성된 한국 사회의 생명력과 예술성, 시민의식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하퍼콜린스는 김혜순 시인의 시·산문집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를 2026년 봄 미국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한국 사회가 겪은 억압의 경험은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문제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 사상가들의 깊이 있는 통찰과 지혜를 세계와 공유할 기회를 얻게 돼 매우 기쁩니다.”(데버라 김)